Home > 모임소식 > 공지사항

공지사항


목록
계간지 <공연과 이론> 권두언_2017.03.
글쓴이: 관리자
조회: 391
등록시간: 2017-04-04 10:50:42

 

타는 똥줄의 미학과 예술의 정의

 

백승무(공이모 회장)

 

불행 중 다행1

창작산실 공연을 보는 연극인들은 대부분 표정이 어둡다. ‘저 돈으로 만든 공연이 이 정도인가?’ 소극장 공연 3~4개를 만들 돈이고 멀쩡한 페스티벌 하나를 치를 돈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이면 더 좋은 공연이 나올 거라는 추측은 착각이다. 예술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예술성은 지원금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예술의 매력은 항상 돈의 원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공연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namespace prefix = "o" />

불행 중 다행2

서울문화재단이 동숭아트센터를 500억에 매입하려 한다. 50개 극단을 20년간 무상임대하거나 제2의 대학로를 조성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서울 측은 예술 운운하지만 예술은 예산을 투입하고 생산성을 높여 목표치를 달성하는 일반경제학의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재단 측이 멋진 극장에 비싼 공연을 올린다고 예술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3

문예위 지원정책이 소액다건에서 다액소건 지원으로 바뀐 것은 유인촌 전 장관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 때이다. 되는 걸 키우자는 게 핵심이었다. 한 방울 꿀물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체제와 효율성 개념이 도입되었다. 예술계에서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으로 배제와 고사로 귀결된다. 블랙리스트는 배제와 고사 정책의 포르노 버전일 뿐이다. 소액다건주의는 콩나물시루 같은 고만고만한 대학로를 만들자는 말이 아니다. 다액다건이 어렵다면 예술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소액다건이 더 낫다. 다액소건 지원으로 세계적 공연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유인촌은 실패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4

고려대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없애고 돈이 절박한 학생들에게 생계형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이름 하여 정의(正義) 장학금이다. 독식을 없애고 공생하자는 뜻이다. 키재기가 아니라 키우기가 정의의 정의다. 키워서 함께 살자는 것이다. 올해 대선의 최대 화두는 정의다. 블랙리스트도 결국 정의의 문제이다. 공부 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고려대를 앞으로 부자들이 기피할 지도 모른다. 불행 중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5

작년 <공연과 이론>은 지원금 정식심사에서 탈락했다. 2000년 잡지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15년간 지속적으로 받던 지원줄을 하루아침에 잘라버린 것이다. 당시 <공연과 이론> 발행인이었던 오세곤 교수는 1급 블랙리스트였다.

올해 문예위 비평지 지원사업에서 한 단체는 1,400만원의 출판지원금을, <공연과 이론>500만원의 출판지원금을 받았다. 그 단체는 광고도 잘 따고 평판도 좋다. 성적우수 학생이고 다액소건 수혜자이며, 심사위원은 줄곧 한 식구였다. 이런 구조를 패권주의라 부른다. 정의란 없다. 이기주의만 있을 뿐이다.

작년 한 해, <공연과 이론>은 잔인했다. 회원들에게 800만원 넘게 갈취했고, 필자들에겐 원고료 지급을 중단하는 야만을 저질렀다. 그 피냄새 나는 돈으로 <공연과 이론>를 찍었다. 올해도 지원금만 보면 그 단체 잡지가 <공연과 이론>보다 약 3배 더 우수하다는 심사평가이다. 심사위원쯤 할 위인이면 잡지 출판에 얼마가 필요한지 잘 안다. 하지만 그는 5백만 원으로도 충분히 좋은 잡지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모른다. 편집회의 식대는 각자 계산하고, 필자들에겐 원고료 대신 고개를 한 번 더 숙이고, 합평회를 하다가 당이 떨어지면 물로 배를 채우고, 누군가 폐간할까?’ 말을 꺼내면 그 등짝을 집단적으로 후려치는 정도의 불편만 감수하면 된다는 걸 그는 모른다. 우리나라에 있는 3개의 연극전문잡지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정의가 견고해진다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3배 더 우수한 잡지를 만들기 위해 똥줄 타는 꼴을 지켜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 지도 잘 모른다. 불행 중 다행이다.

목록
다음글 : <공연과 이론> 2017년 봄호(통권 65호) 출간!!!